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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역시 지난 주에 봤습니다만... 딱히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이제야 감상평을 올립니다. ![]() 1편에서 대박을 친 영화들은 대체로 2편이 만들어지죠. 어차피 속편이란 신선함, 새로움에선 핸디캡을 안고 들어가다보니 보통 스케일 확장이라는 수를 쓰는 것 같습니다. 악당들은 더 강해지고 주인공은 더 지독한 시련을 겪고...그러다 3편쯤 가면 거개가 매너리즘에 빠져서 혹은 원하는 방향을 제대로 못 잡고 헤매다가 욕을 진탕 들어먹기 시작하죠. 어느 순간, 대작 시리즈들은 중간에서 방향 전환을 한 번쯤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배트맨의 경우... 다크나이트에서 방향이 확 달라진 걸 느꼈습니다. 새로운 접근, 새로운 해석. 저는 다크나이트 영화에 크게 만족하진 않았지만 방향전환에 성공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터미네이터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워낙 전작들을 본지가 오래 되어서(1,2를 극장에서 본 세대랍니다) 이제 기억도 가물대긴 합니다만, 터미네이터는 액션 난무하는 영화치고 플롯이 대단히 짜임새있고 이야기의 힘이 있는 작품이지요. 그래도 3편쯤 이르니 매너리즘의 냄새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습디다. 4편. 드디어 미래로 시공이 이동하는군요. 그러자니 그래픽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도 많았을 것 같고...천문학적으로 들어간 제작비용도 그것에 기인했겠군,하고 생각했습니다. 존 코너와 마커스 라이트라는 인물을 축으로 진행이 되죠. 존 코너가 스카이넷 실험기지에 잠입하다가 부하들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퇴각할 때 포로로 잡혀있던 마커스가 탈출합니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많이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카일 리스를 만나고, 함께 저항군 본부로 가다가 카일 리스가 스카이넷에 잡혀가버리죠. 마커스가 저항군을 찾아가다가 꽤나 섹시한 여전사 블레어를 만나고, 함께 가게 되는데 터미네이터용 지뢰에 걸리면서 자신이 인간의 심장을 가진 로봇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존 코너는 그를 의심하고 죽이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인간'이라고 주장하지요. 잠깐 생각이 얽힙니다. 그의 정체성에 대한 절박한 고민이 잠깐 옮겨왔어요. 그의 경우 인간일까요 터미네이터일까요. 인간의 심장과 마음과,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몸이 로봇이라도 인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기억이 왜곡되어 있는 것이라면? 결국 그의 기억이 스카이넷에 의해 왜곡되고 조작되었으며 자신의 존재 자체가 스카이넷의 통제 아래에 놓여있는 것이고 자신의 모든 생동이 스카이넷의 계획대로 움직였던 것이라면, 과연 그를 인간이라 정의할 근거가 어디 있던 말입니까. 그가 인간이기를 선택하는 과정은 그의 목숨을 요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해야하나,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선택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결말을 맞이하게 되죠. 주인공은 존 코너가 아니라 마커스 라이트였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작과 여기저기 연결되는 연결고리는 또하나의 재미이지만, 진행은 완만하고, 액션은 빛나지 않고, 분위기는 이루 말할수 없이 암울하고 무겁습니다. 터미네이터 4는 속편의 법칙, 더 화려한 볼거리, 현란한 액션, 빠른 전개 등의 속편의 법칙에서 비껴선 듯이 보입니다. 방향전환이란 어느 한편에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이라 반갑지만...이번처럼 보기에 힘들기도 합니다. 할 말이 많이 있는 것 같았는데 딱히 글로 풀리지 않는군요. 터미네이터 4, 미래전쟁의 시작 - 방향의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진건지, 괜찮은 방향을 잡아 나가는 건지 생각할수록 애매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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