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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7 고증의 승리-'마스터 앤드 커맨더' 리뷰입니다. [8]
2009/07/15 염상섭, 무화과 감상문입니다. -한국소설문학대계 6번 2009/07/15 카프 문학에 음영을 더하다, 탈출기/낙동강/질소비료공장/군중정류 외 [2] 2009/06/16 한설야, 황혼-한국소설문학대계 11권, 리뷰입니다 [2] 패트릭 오브라이언이 지은 책입니다. 1, 2권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 308, 328면, 고전적인 스타일의 표지지만 꽤 마음에 드는 디자인입니다. 하드커버구요 황금가지에서 나왔네요. ![]() 저는 패트릭 오브라이언이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오브리-머투린 시리즈의 작가로 꽤 유명하신 분인가봐요. 1914-2000, 번역활동도 하시고 소설 외에도 ‘넬슨 시대의 해군’, ‘파블로 루이즈 피카소’ ‘조지프 뱅크스’라는 비소설 계열의 책을 남긴 이력도 독특합니다. 이 책은 mattathias님의 이글루에서 추천받은 것입니다. 꽤 넓은 분야에서 좋은 책을 추천해주고 계셔서 종종 신세를 지곤 하지요. 오브라이언이란 작가, 글을 친절하거나 말랑하게 쓰지 않더군요. 내용의 흐름도 녹진하게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빡빡하게 흘러갑니다. 진도가 쑥쑥 나가는 종류의 책이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생면부지의 말이라니! 저는 처음에 함선이나 해군과 관련된 용어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돛이랑 닻을 간신히 구분하고 고물과 이물이 뭔지도 모르는 저에게 소피 호의 일상과 배 돌아가는 과정을 빡빡하니 들이대니 거 참..괴로웠어요. 몇 인치짜리 대포 몇 문짜리, 함선의 종류, 선원의 종류, 직급, 돛의 이름, 역할, 식량수급, 오만 전투용어... 소설이든, 영화든, 만화든, 고증이 잘 된 작품을 참 좋아합니다. 그 시대, 그 인물들 속으로 완전히 들어올 수 있도록 몰입시키는 것은 사소하고 작은 묘사들입니다. 줄거리의 힘이 있는 작품에서도 특히 고증이 잘 된 작품을 만나는 건 흐뭇한 일이죠. 이 작품이 바로 그렇습니다. 작고 엉성한 소피 호라는 함선의 함장이 된 주인공이 흥분해서 들뛰는 모습에서 시작해서 그 함선으로 바다를 무인지경으로 휘젓고 다니는 과정이 은근 사람을 끌어당기더군요. 글 쓰는 스타일이 사람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거나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게 하거나 하진 않지만, 그런 재미만 재미는 아니지요. 상반된 두 사람의-거의 대척지점에 놓여있는 두 주인공의 우정도 웃음이 나옵디다.
이봐요. 아 그래,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그대로 옮겨쓴 소설하고, 100년 전 바닷사나이의 생활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재구성해서 만든 소설하고 그대로 놓고 비교하면 됩니까? (아무래도 제인 오스틴을 정말 좋아할 수없는 일인;;)
한국소소설문학대계 연속리뷰, 제 6권, 염상섭의 무화과 감상문 되겠습니다. ![]() 지난 번에 읽었던 ‘삼대’, 와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입니다. 인물의 설정이나 환경이나 줄거리나 묘사나, 모든 면에 있어서 ‘삼대의 변주’라는 말이 더 정확하겠습니다만 일단 ‘삼대’ 이야기는 접어 두고 이 작품에 대한 것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소설문학대계 시리즈 연속감상문 되겠습니다. ![]()
그래도 의아한 건 왜 그들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짤막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살펴보면...분량도 그렇고 이야기의 호흡도 꽤 짧은 편이죠. 476면의 많지 않은 면수에 26편의 작품이 들어있습니다.
고국, 탈출기, 박돌의 죽음, 기아와 살육, 큰물진 뒤, 매월, 홍염, 전아사, 갈등 고국은 엽편 소설에 가까울 정도의 분량. '탈출기'야 워낙 유명하죠. 김군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지긋지긋한 가난과 그것을 헤어날 수 없는 상황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사회에 대한 원망이 진하게 배어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을 옥죄고 있는 상황-가족까지도 버려두고 ‘분노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박돌의 죽음' 역시 강렬하죠. 먹을 것이 없어 상한 생선을 주워먹고 식중독으로 죽어가는 아들 박돌이와 그 어미의 비참하고 처절한 모습과, 돈이 없다고 치료를 거절하는 부자 의사의 대비가 극명합니다. 그의 전 작품에서 나타나는 것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극명한 대비입니다.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노력해도 안 되는 불가항력. 그 절망은 공통적으로 “가진자”-혹은 그러한 사회 구조를 향해 쏟아집니다. 혹은 총질을 하고 혹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혹은 집을 뛰쳐나가고 혹은 칼을 들고 부잣집을 털러 가고, 혹은 불을 지르고. 당시 민초들의 비참한 삶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그 안에서 형성된 증오가 어디로 향하게 되는지를 가장 뚜렷하게 부각시킨 작가가 최서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묘사는 뛰어나고 문장은 간결하나 문장 자체에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겠습니다.
땅 속으로, R군에게, 저기압, 농촌 사람들, 낙동강 다섯 편이 실렸습니다. 최서해보다 한결 누그러지고 찬찬한 솜씨로 구질스럽고 팍팍한 ‘가난한 삶’을 그립니다. 돈을 구할 수 없는 무능함과 고스란히 굶어야만 하는 비참한 가족들, 나오느니 돈타령, 빚독촉 뿐이고 아이들은 끼니를 계속 걸러서 주인집 밥상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아내의 악다구니는 늘어지기만 합니다. 그는 있는 자에 대한 증오 대신, 출구 없는 빈한한 삶, 그 지긋지긋함을 나타내는 데 더 주력합니다. 작중화자의 직업은 대부분 ‘작가’로, 예나 지금이나, 머리꼭지까지 먹물을 채워놓고 돈 버는데 한 없이 무능하기로는 그만한 직업이 없습니다. 철저한 지식인이자 철저한 무산계급의 대표적인 직업군 아닙니까. 작가분들이 돈 좀 잘 벌어야하는데 아직까지도 현실은 시궁창이니ㅠㅠ
그러나 역사는 한 바퀴 굴렀었다. 놀고먹는 계급이 생기고, 일하여 먹여 주는 계급이 생겼다, 다스리는 계급이 생기고, 다스려지는 계급이 생겼다. 그럼ㅇ로부터 임자 없던 벌판이 임자가 생기고 주림을 모르던 백성이 굶주려가기 시작하였다..중략...청년 운동, 농민 운동, 형평 운동, 노동 운동, 여성 운동...오천 년을 두고 흘러가는 날씨가 인제는 먹장구름에 싸여 간다. 폭풍우가 반드시 오고야 만다. 그 비 뒤에는 어떠한 날씨가 올 것은 뻔히 알 노릇이다.-
질소비료공장, 암모니아탱크, 출근정지, 민보의 생활표, 댑싸리, 칠성암 이름도 제대로 못 들어본 작가이지만 이거, 은근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장노동자의 삶과 그 착취당하는 일상을 그렸는데요, 의외로 재미있는게, 공장 노동자의 생활에 대한 묘사가 꽤 자세하더란 말입니다. 알고보니 공장노동자 출신이었다는군요. 자신의 삶과 경험이 배인 소설이었던 겁니다. '댑싸리' 같은 작품에서는 인물 묘사 등이 살짝 익살스럽기도 합니다만 내용은 처연합니다. 출근정지 등의 작품을 빼면 그리 선동적이진 않지만 없는 자들에 대한 동정과 있는자들에 대한 분노가 잔잔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입니다. 칠성암은 성향이 살짝 다른 작품인듯 싶습니다. 이 역시 재미있었지요.
늘어가는 무리, 석공조합대표, 군중정류, 아버지, 솜틀거리에서 나온 소식, 숙수치마 6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늘f어가는 무리'는 공사판 인부들의 이야기이고 '석공조합 대표'는 석공 창호가 석공조합의 대표로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자 주인에게 해고되고 아버지가 부치던 땅마저도 잃게 된다는 내용이구요. '군중정류'에서는 주인공이 빚에 몰려서 집을 뺏기게 되자 빚쟁이에게서 땅문서 뭉치를(다른 사람들의 것도) 모조리 들고 도망쳐서 불질러버리더군요. ''아버지'에서는 돈을 구할 길이 없는 아버지가 작가인 아들이 써둔 작품을 하나씩 팔아 연명하고, 그 와중에 발견한 일기에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해묵은 거리감을 줄여가게 되죠. '솜틀거리에서 나온 소식'은 배움의 길이 끊겨 집에 들어앉거나 공장으로 가 버린 처녀들의 삶의 모습을 편지 형식에 담아낸 소설입니다. 전반적으로 담담한 분위기였습니다만 문장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도 그리 빛나는 구석은 없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찌나 게을러지고 늘어지는지, 감상글을 쓰려고 다 읽은 책을 얹어두는데 귀찮아서 미루기만 하다보니 책더미만 얼기설기 쌓입니다. 그러다보니 전에 읽은 내용을 홀랑 까먹고 어마나 내가 뭘 봤나 싶습니다. 고놈의 “졸립다 내일하자.”가 자못 고약합디다.
![]() 한국소설문학대계 11번으로 접어듭니다. 한설야의 첫 장편소설 황혼입니다. 지난번에 한설야의 ‘탑’을 그럭저럭 아쉽지만 재미있게 본지라 내심 기대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좀 재수없지 않습니까. 네 코나 닦으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기어오르는걸요.
노골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 수단화된 소설, 선동과 강요가 넘치는 소설, 개인적으로는 안 좋아합니다. 지난 번에 읽은 카프 계열 소설을 그래서 역겨워했는데(아 정말 재미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터인데ㅠㅠ) 황혼 역시 같은 계열의 소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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