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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3 선동자와 전향자의 색깔. 카프의 예봉 김남천의 '대하'-한국소설문학대계 13번
2009/07/15 카프 문학에 음영을 더하다, 탈출기/낙동강/질소비료공장/군중정류 외 [2] 2009/06/16 한설야, 황혼-한국소설문학대계 11권, 리뷰입니다 [2] ![]() 그리 마음에 든다고 할 수는 없는 작가입니다. 그가 카프 계열 작가라는 걸 모르고 전향 이후의 리얼리즘 계열 소설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선입견이나 편견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전향이라 해도 그가 계급문학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 같지는 않아 약간 의아하긴 합니다. 카프 문학가들이 우왕좌왕하는 초창기의 모습에서 벗어나서 좀더 정확하게 방향을 제시하기 시작하는 1930년대, 그는 '공장신문' 같은 작품을 통해 선동하는 목소리를 선명하게도 드러냅니다. 공장 수돗물 대신 비위생적이고 힘든 우물물을 마시라는 공장주의 명에 사원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가도록 이끌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적나라하고, 과격하며, 문학을 이념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듯한 거리낌없는 태도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 구성, 인물들입니다. 아마 카프 쪽에서는 꽤 중요시될 만한 작품이었겠지만 좋은 소설이라고 권해주고 싶진 않습니다. 이후에 나온 작품에서는 그런 선명성이 한 겹 가리워집니다. 대하에서는 박참봉 일가를 중심으로 하여 여러 인간군상이 펼쳐집니다. 사회의 급변기, 돈을 가진 자가 득세할 것이라는 신념으로 평생을 살아오고 결국 그 뜻을 이룬 박참봉과 적장자 형준, 참봉의 서자 형걸이, 그리고 종이었다가 소작인이 된 두칠이와 쌍네 부부의 묘한 대립, 애증과 부용이란 첩이 기억에 남습니다. 계급의 대립을 특별히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나 은연중에 드러나는 갈등은 제법 잘 느껴졌습니다. 뭐, 가끔은 괜찮다 싶은 부분이 나오긴 하지만, 구성이나 문장, 인물이나 이야기의 흐름에서 특별히 빛나는 부분은 찾을 수 없습니다. 단편이라고 사정이 나아지는 건 아니고요. 오히려 장편인 대하가 좀 낫긴 낫습니다만 다시 읽어보고 싶지는 않습디다. 그리고 의외로, 일본어가 많이 섞여 나오는데요...우리네가 영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섞어 쓰면 훗날 뒷사람들이 보고 지금의 저처럼 언짢아할까요? '물!'같은 작품은 좁은 공간에 두 평 칠합의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앉은 수감자 열 세 명이 더위와 갈증에 시달리다가 간수와 교섭끝에 물을 얻어 마신다는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소재로 이미 나왔던 김동인의 단편 '태형'이 훨씬 묵직하고 좋은 작품인 듯 합니다. 태형 역시 소품임에도 불구하고. '처를 때리고'라는 작품에서는 그가 사상의 날을 세우던 투쟁가로서의 모습을 버리고 생활인으로서의 책임감(?)...아니 밥먹고 사는 일의 엄청난 위력을 인정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경영, 맥, 이라는 연작 중편에서는 사상범으로 체포된 약혼자를 뒷바라지 하던 최무경이라는 여자의 이야기인데...그 약혼자가 전향을 하고, 출감을 해서는 그녀를 버리고 돈과 권력이 있는 본가로 가 버리죠. 여기에서 사상의 변화 이야기가 늘어집니다만, 저언~혀 흡인력이 없는 부분입니다. 아마 이런 작품으로 인해 전향문학자란 말을 듣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서술 방식이나 이야기의 흐름이나 주인공이 말하는 방식이 몹시 짜증스러웠습니다. 어쨌든 그 전향이라는 게 무색합니다 .그는 월북작가이고 남조선노동당의 대남공작활동을 맡아 일했던 사람이니 말입니다. 오히려 마음에 들었던 건 '남매' 였네요. 생활고에 찌들려서 의붓아버지의 강요로 기생이 된 누나, 술에 젖은 무능력한 의붓아비로 인해 비참한 삶을 강요당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애잔하게 느껴집니다. 계급 문학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 걸로 보이기도 하지만 소설로서의 품위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총 496면,에 대하, 공장신문, 물!, 남매, 처를 때리고, 경영, 맥, 등불 총 여덟 편의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한국소설문학대계 시리즈 연속감상문 되겠습니다. ![]()
그래도 의아한 건 왜 그들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짤막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살펴보면...분량도 그렇고 이야기의 호흡도 꽤 짧은 편이죠. 476면의 많지 않은 면수에 26편의 작품이 들어있습니다.
고국, 탈출기, 박돌의 죽음, 기아와 살육, 큰물진 뒤, 매월, 홍염, 전아사, 갈등 고국은 엽편 소설에 가까울 정도의 분량. '탈출기'야 워낙 유명하죠. 김군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지긋지긋한 가난과 그것을 헤어날 수 없는 상황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사회에 대한 원망이 진하게 배어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을 옥죄고 있는 상황-가족까지도 버려두고 ‘분노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박돌의 죽음' 역시 강렬하죠. 먹을 것이 없어 상한 생선을 주워먹고 식중독으로 죽어가는 아들 박돌이와 그 어미의 비참하고 처절한 모습과, 돈이 없다고 치료를 거절하는 부자 의사의 대비가 극명합니다. 그의 전 작품에서 나타나는 것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극명한 대비입니다.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노력해도 안 되는 불가항력. 그 절망은 공통적으로 “가진자”-혹은 그러한 사회 구조를 향해 쏟아집니다. 혹은 총질을 하고 혹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혹은 집을 뛰쳐나가고 혹은 칼을 들고 부잣집을 털러 가고, 혹은 불을 지르고. 당시 민초들의 비참한 삶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그 안에서 형성된 증오가 어디로 향하게 되는지를 가장 뚜렷하게 부각시킨 작가가 최서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묘사는 뛰어나고 문장은 간결하나 문장 자체에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겠습니다.
땅 속으로, R군에게, 저기압, 농촌 사람들, 낙동강 다섯 편이 실렸습니다. 최서해보다 한결 누그러지고 찬찬한 솜씨로 구질스럽고 팍팍한 ‘가난한 삶’을 그립니다. 돈을 구할 수 없는 무능함과 고스란히 굶어야만 하는 비참한 가족들, 나오느니 돈타령, 빚독촉 뿐이고 아이들은 끼니를 계속 걸러서 주인집 밥상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아내의 악다구니는 늘어지기만 합니다. 그는 있는 자에 대한 증오 대신, 출구 없는 빈한한 삶, 그 지긋지긋함을 나타내는 데 더 주력합니다. 작중화자의 직업은 대부분 ‘작가’로, 예나 지금이나, 머리꼭지까지 먹물을 채워놓고 돈 버는데 한 없이 무능하기로는 그만한 직업이 없습니다. 철저한 지식인이자 철저한 무산계급의 대표적인 직업군 아닙니까. 작가분들이 돈 좀 잘 벌어야하는데 아직까지도 현실은 시궁창이니ㅠㅠ
그러나 역사는 한 바퀴 굴렀었다. 놀고먹는 계급이 생기고, 일하여 먹여 주는 계급이 생겼다, 다스리는 계급이 생기고, 다스려지는 계급이 생겼다. 그럼ㅇ로부터 임자 없던 벌판이 임자가 생기고 주림을 모르던 백성이 굶주려가기 시작하였다..중략...청년 운동, 농민 운동, 형평 운동, 노동 운동, 여성 운동...오천 년을 두고 흘러가는 날씨가 인제는 먹장구름에 싸여 간다. 폭풍우가 반드시 오고야 만다. 그 비 뒤에는 어떠한 날씨가 올 것은 뻔히 알 노릇이다.-
질소비료공장, 암모니아탱크, 출근정지, 민보의 생활표, 댑싸리, 칠성암 이름도 제대로 못 들어본 작가이지만 이거, 은근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장노동자의 삶과 그 착취당하는 일상을 그렸는데요, 의외로 재미있는게, 공장 노동자의 생활에 대한 묘사가 꽤 자세하더란 말입니다. 알고보니 공장노동자 출신이었다는군요. 자신의 삶과 경험이 배인 소설이었던 겁니다. '댑싸리' 같은 작품에서는 인물 묘사 등이 살짝 익살스럽기도 합니다만 내용은 처연합니다. 출근정지 등의 작품을 빼면 그리 선동적이진 않지만 없는 자들에 대한 동정과 있는자들에 대한 분노가 잔잔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입니다. 칠성암은 성향이 살짝 다른 작품인듯 싶습니다. 이 역시 재미있었지요.
늘어가는 무리, 석공조합대표, 군중정류, 아버지, 솜틀거리에서 나온 소식, 숙수치마 6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늘f어가는 무리'는 공사판 인부들의 이야기이고 '석공조합 대표'는 석공 창호가 석공조합의 대표로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자 주인에게 해고되고 아버지가 부치던 땅마저도 잃게 된다는 내용이구요. '군중정류'에서는 주인공이 빚에 몰려서 집을 뺏기게 되자 빚쟁이에게서 땅문서 뭉치를(다른 사람들의 것도) 모조리 들고 도망쳐서 불질러버리더군요. ''아버지'에서는 돈을 구할 길이 없는 아버지가 작가인 아들이 써둔 작품을 하나씩 팔아 연명하고, 그 와중에 발견한 일기에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해묵은 거리감을 줄여가게 되죠. '솜틀거리에서 나온 소식'은 배움의 길이 끊겨 집에 들어앉거나 공장으로 가 버린 처녀들의 삶의 모습을 편지 형식에 담아낸 소설입니다. 전반적으로 담담한 분위기였습니다만 문장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도 그리 빛나는 구석은 없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찌나 게을러지고 늘어지는지, 감상글을 쓰려고 다 읽은 책을 얹어두는데 귀찮아서 미루기만 하다보니 책더미만 얼기설기 쌓입니다. 그러다보니 전에 읽은 내용을 홀랑 까먹고 어마나 내가 뭘 봤나 싶습니다. 고놈의 “졸립다 내일하자.”가 자못 고약합디다.
![]() 한국소설문학대계 11번으로 접어듭니다. 한설야의 첫 장편소설 황혼입니다. 지난번에 한설야의 ‘탑’을 그럭저럭 아쉽지만 재미있게 본지라 내심 기대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좀 재수없지 않습니까. 네 코나 닦으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기어오르는걸요.
노골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 수단화된 소설, 선동과 강요가 넘치는 소설, 개인적으로는 안 좋아합니다. 지난 번에 읽은 카프 계열 소설을 그래서 역겨워했는데(아 정말 재미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터인데ㅠㅠ) 황혼 역시 같은 계열의 소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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