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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리틀 선생은 꽤 유명한 동화 캐릭터입니다. 작가인 휴 로프팅의 둥글둥글하고 간결한 일러스트로 형상화된 둘리틀 선생은 적당히 어벙하고, 적당히 푸근합니다. 그러나 직업은 무려 의사! 캐릭터의 형성에 일러스트가 크게 작용하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돌리틀 선생 항해기(이게 원제를 더 정확하게 번역한 거긴 합니다^^)'에서도 같은 일러스트였습니다. (물론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들은 작품과 끝까지 함께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당연하겠지만요. ) 둘리틀 선생은 실크햇을 쓰고 연미복을 입고 지팡이까지 휘두르며 다니는 배불뚝이죠. 의사라는 전문직종의 이미지와는 달리 생활에서는 구멍이 숭숭 뚫린 인물이죠. 야무지지 못하고 경제 관념은 없는 주제에, 동물을 너무 좋아하지요. 그래서 본업을 말아먹는 사태까지 벌어지는데 동물의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기사회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차저차 아프리카로 가게 되고 여러 모험담을 거쳐서, 어쨌든 금의환향을 하게 되죠. 돼지저금통 세 개를 가득채울 만큼 돈을 많이 벌어서 말이죠. 아마 일러스트가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으면 둘리틀은 어떤 캐릭터로 형상화되었을까요? 앤서니 브라운이 삽화를 그렸다면? 니꼴라의 장 자끄 상뻬가 작업을 했다면? 그렇다면 제가 생각하고 있는 어벙한 닥터 둘리틀과는 다른 캐릭터가 창조되었을 것 같습니다.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의 작가 윌리엄 스타이그가 작업을 했다면 얼추 비슷한 분위기가 나왔을것 같긴 합니다^^ 닥터 둘리틀을 좋아라 좋아라 하며 처음 읽었을 때는 초등학생. 거의 삼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읽는 둘리틀 선생의 이미지는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화의 특성이 그렇듯 예전에 읽었을 때와 느낌이 달라진 점이 많긴 합니다. 그때는 이 작품에서 백인우월주의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좀 뜨악한 장면이 있지 말입니다. 백인이 너무 되고 싶어하는 흑인 왕자의 얼굴을 하얗게 만들어주는 장면 같은 거.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요. ---------------- 학생들의 추천도서 리스트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여러 곳에서 나온 것이 많은데요, 책의 종류가 많아지기도 했지만, 좋은 책의 기준이 넓어져서인지 같은 도서들이 다른 기관에서 추천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제가 자랄 때는 '명작'하면 리스트가 뭐 거의 정해져 있었지요. 책좀 읽는다는 놈들이 모이면 거의 비슷비슷한 책을 다 읽고 있던 시대였습니다. 일종의 공통분모였죠. 지금도 저와같은 세대 사람들에게 '동화'라는 코드를 들이댈 때 교집합의 영역이 대단히 넓게 나타나는 건 그런 획일화(?)된 '명작동화'리스트 덕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지금 어린이들이 자라면 아마 어릴 때 본 동화로 서로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같은 동화를 읽고 자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그저 여전히 '고전' 이름을 붙인 동화들이나 살아남을까요. 그래도 신기한 건 제 세대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프로이슬러의 호첸플로츠 시리즈 같은 거. 로프팅의 둘리틀 선생 같은 거... 반가웠어요^^ 그들이 창조한 캐릭터들이, 그 일러스트들과 함께 새로운 고전의 반열에 들어가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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