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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배트맨 1,2개봉할때 극장에서 보았던 사람입니다. 물론 비디오로도 무진무진 봤습죠...그리고 몇 년 동안 가장 놀라운(!) 영화로 배트맨 을 꼽을 정도로 빠져 지냈었죠.
제가 본 배트맨1,2 (팀 버튼이 감독을 했던)는 액션영화가 아니고 액션을 뒤집어쓴 예술 영화에 가까웠습니다. 그 아이러니가 넘치는 캐릭터 하며 절대선으로 나와야 할 영웅의 이중성, 조커의 아이러니함과 사망에 이르는 웃음 바이러스같은 건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캣우먼이나 펭귄맨같은 선악의 경계조차 불분명한 캐릭터도 감탄스러웠습니다. 놀라웠죠.특히 그 암울하고 기괴한 분위기... 팀버튼은 그런 짓을 잘 합니다. 보면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것 같고 대중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지만 굉장히 독특한, 뒤틀린 정서가 숨어 있습니다. 선량을 가장한 중산층에 대한 비틀기도 있고(에드워드 가위손, 끝내줬죠. 세트하며 음악하며 설정하며...) 황당시추에이션으로 일관한 사후세계 코미디 유령수업(비틀쥬스) 같은거. 크리스마스 악몽, 유령신부... 아, 팀버튼 얘길 하자는 건 아닌데. 배트맨 말입니다. 디씨의 코믹스를 본 건 아니었지요. 제가 좋아한 건 팀버튼의 스타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니 엘프만의 음악이었을수도 있고, 독특한 미장센이었을수도 있고, 기괴한 비틀기와 아이러니의 정서였을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나풀나풀, 가벼운 옷을 입혀 대중영화의 코드를 가지고 내놓은 악동같은 감각일수도 있고요. 확실히 저는, 가볍지 않은걸 가벼워보이게 만드는 팀 버튼의 아슬한 감각을 참 좋아했고 그 정점에 있던 것이 배트맨이었습니다. 배트맨 3부터는 흥미가 부쩍 떨어졌습니다. 감독이 바뀌어서일까요. 특유의 날선 느낌이 사라지고 음악의 분위기도, 특히 암울한 고담시의 ...뭐랄까 독특한 분위기가 죽어버린게 참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올해 다크나이트를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팀버튼의 전통을 이어받았다는 말에 저는 굉장히 흥분해서 기다렸습니다. 올해 보고싶은 영화 1순위였습니다. 자자...배트맨이 지키는 건 여전히 소돔과 고모라를 합성한 낱말인 고돔-그러니까 고담 시입니다. 백기사와 흑기사 동시 등장이지요. 모 검사와 배트맨입니다. 내용 스포 없이 말하자면 생각보다 굉장히 무겁고 어둡습니다. 그리고, 액션이라기보단 무슨 철학영화를 본 느낌인데, 그렇다고 진짜 철학 영화를 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액션은 볼만했지만 감탄스러운 수준은 아닙니다. 말들은 어렵고 깊이있는 내용을 담고있지만, 정말 그 내용이 진지한 물음을 던져준 것도 아닙니다. 팀버튼이 절대악, 절대선, 지켜줘야 할 선량한 대상에 대한 비아냥을 배트맨에 담았다면, 놀란은 음...정공법입니다. 비아냥따윈 없습니다. 놀란이 내세운 배트맨은 '어둠의 기사'의 탈을 쓴 수퍼맨입니다. 조커에게선 아이러니의 미학 대신 히스레저의 광기, 정말 감탄스러운 광기가 남았습니다. 투페이스의 이중성도 정공법입니다.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 우리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들을 배우들이 죄다 대사로 까발려주었습니다. 그것이 놀란의 정공법이고, 그가 팀버튼의 배트맨을 해석했던 방법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거웠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요. 우리에게 뭔가를 생각할 거리를 줄 의도로 만든 영화였다면 감각을 달리 잡았어도 좋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두시간 반이라는 만만찮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액션영화의 컨셉이라면 그런 식으로 나가면 안되었겠죠. 같이간 동생 역시 배트맨의 광이었지만 졸고 있더군요. 배트맨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철학영화를 보러 간 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놀란은 불친절했고, 생각할거리를 만들어주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까발렸습니다. 그는 배트맨 1,2의 전통을 이은 것이 아니라 '정의는 살아있다'에 무거운 철학의 옷을 입혔습니다. 제가 다크나이트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나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당연히 큰 거겠지만, 한때 열렬히 배트맨 영화을 좋아했던 매니아로서, 아직도 그 근사한 전통을 잇는 배트맨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적이 우울합니다. 다만 히스레저의 연기는 정말 기립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의 신들린 연기를 더 볼수 없다는 점에 또다시 우울합니다. 물론 대부분 보신분들이 다크나이트를 극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컨대 저나 동생은 팀버튼의 배트맨 스타일에 중독된것 뿐이고, 그걸 기준으로 보고 있을뿐이라고, 저도 사실은 그리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뒤집어보는 재미가 사라진 배트맨, 악동같은 키들거림이 숨어있지 않은 배트맨은 심심합니다. 다크나이트, 정말 무겁고, 진지하고, 볼만 합니다. 배트맨은 여전히 멋지고, 배트카도 멋지고, 조커의 연기도 근사하지만... 저에게는 먹다가 체할 것만 같은 배트맨이었습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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